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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마일리지의 주인

동네 정육점에서 삼겹살 한 근을 사도 포인트를 쌓아준다. 또 와 달라는 사장님의 당근책이다. 이런 리워드 시스템이 전 산업에 걸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덴 항공 마일리지가 큰 역할을 했다. 1980년 미국 웨스턴항공은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 승객에게 50달러 쿠폰을 줬다. 다시 타면 여기서 요금을 깎아줬는데 이듬해부터 전 세계 항공사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최근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나선 대한항공이 뭇매를 맞고 있다.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거리’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현재 동남아는 동일하게 편도 2만 마일리지를 공제하는데 앞으로는 다낭 1만7500, 발리 2만7500 식으로 차이를 두겠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갈 땐 이득, 멀리 갈 땐 손해인 셈인데 대한항공은 다수 고객이 단거리 노선에서 마일리지를 쓰기 때문에 혜택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모을 땐 신이 나도 마일리지 사용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단 좌석이 없다. 마일리지 좌석은 전체의 5%밖에 안 된다. 뉴욕 같은 인기 취항지는 대략 1년 전부터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단거리가 좋아서 많이 쓰는 게 아니란 얘기다. 힘들게 구해도 세금은 따로 낸다. 뉴욕을 오간다면 7만 마일리지를 쓰고도 대략 50만원을 추가로 결제해야 한다.   사용처를 늘리겠다며 요금 일부를 마일리지로 내는 복합결제를 시행하고, 자체 몰도 확대했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게 제주 호텔은 주말 최대 3만6000 마일리지를 공제한다. 미국행 편도 항공권 가치다. A380 모형 비행기는 8000, 500㎖ 생수 30병은 3000 마일리지다. 포인트를 열심히 모았는데 정육점 사장이 고기 살 때는 안 되고, 파채나 사 먹으라고 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회계상 마일리지는 부채인데 정작 항공사는 ‘보너스 항공권’이라 부른다. 뭔가 한참 잘못됐다. “진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무 장관의 압박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사보다 마일리지 공제율은 낮고, 적립률은 높다고 항변한다. 억울하겠으나 기껏 모아도 제대로 쓸 수 없는 고객의 마음을 여전히 헤아리지 못하는 듯하다. 대한항공은 독보적인 국내 1위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당분간 경쟁자조차 없을 터다. 마일리지의 주인이 지금, 1등의 자격을 묻고 있다. 장원석 / 한국 증권부 기자분수대 마일리지 마일리지 좌석 회계상 마일리지 항공 마일리지

2023-02-22

대한항공 '마일리지 부채' 2.7조원 털려다 역풍

대한항공의 항공 마일리지 개편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일단 올해 안에 마일리지를 새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사실상 접은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아예 새로운 안을 만들겠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역대 최대인 총 2771억원 규모의 주주 배당을 결정하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사실 대한항공으로선 마일리지 개편은 미룰 수 없는 숙제다. 항공사가 제공하는 누적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상 ‘이연수익’으로 일종의 부채다. 지난해 3분기(연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연수익은 각각 2조6830억원, 9338억원이었다. 양사를 합치면 3조6168억원이다. 대한항공으로선 재무 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부채를 털어낼 필요가 있다. 실제 이번 마일리지 개편안은 2019년 마련됐다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미뤄진 것이다.   대한항공이 올해 마일리지 개편을 밀어붙인 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항공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3조4127억원, 순이익 1조77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53%, 170% 늘었다. 체력이 든든해진 만큼 마일리지 개편 등에 따른 대규모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 역시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무엇인가 하려면 올 상반기에’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이날 “순식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던 코로나19 당시의 경험은 업계 전반에 큰 상처로 남았다”며 “대한항공으로선 마일리지 개편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기엔 올해가 적기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원가는 물론 서비스 비용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며 “항공 업계도 서비스 비용 상승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부담을 떠안는 건 소비자란 점을 세심히 살피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과점 상태인 산업 구조도 기업의 일방통행식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거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개별 기업들의 경영상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부담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건 분명한 문제”라며 “정부도 무조건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업과 시장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패턴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김민상 기자마일리지 부채 마일리지 개편 항공 마일리지 누적 마일리지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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